[마흔아홉번째 리뷰] 전민희 - 룬의 아이들 윈터러 리뷰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1세대 한국 판타지를 화려하게 꽂피웠던 전민희 작가님의 룬의 아이들, 그 첫편 윈터러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게 중학생 때즈음이지 싶은데, 참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 사이에 개정판도 나와서 정말 깔끔해졌다!
이거 보려고 도서관까지 왔다갔다를 두번함.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룬의 아이들 데모닉보다 윈터러를 높게 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그렇다.
높게 친다기보다는 윈터러의 진중한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원래 본작도 충분히 예술의 영역에 있었다고 보는데, 개정판을 이번에 처음 봤는데 정말....
전민희 작가님 특유의 유려하고 부드러운 문체는 조금 쳐내졌지만, 지금의 문체도 정말 깔끔하다.
중요한 건 조금 아쉽다 싶었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도 추가됐다는 것이다.
정말 어떤 인물에 몰입해서 읽어도 소설이 줄줄 읽혔다.
내가 늘 말하는 주변인물들이 멍청하지 않은 소설의 대표랄까.
너무 좋다.
이 소설이 독특한 점은 주무대를 몇번이고 옮겨가면서도 그 구성이 결국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물론 주인공인 보리스가 있고, 나우플리온이 있으며 오래, 멀리 돌아왔지만
결국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트라바체스 공화국의 에메라 호수에서 이루어진다.
수미상관으로 끝나는 소설의 구성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내 생각에 윈터러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욕망이다.
어릴 적부터 경험한 수많은 잔혹한 일들과 그 결과 자신의 어깨에 걸린
여러 사람의 목숨으로 인해 보리스는 욕망이 없는 사람이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단지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 위에 어떤 욕망도 있을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 욕망이 없음으로 인해 달의 섬에서 나왔고 궁극적으로는 윈터러의 진짜 주인이 된다.
다음 시리즈에서도 계속 언급되지만 룬의 아이들 세계관에 나오는 대표적인 큰 힘들에는 목적이 없다.
그 큰 힘을 가지게 된 인간이 타락하는 것이 그 힘들이 사악하다고 불리는 이유인데,
욕망이 없는 보리스만이 그 힘에 휘둘리지 않고 검을 다룰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보리스가 그 윈터러를 가장 유용하게 사용한 것은 역설적으로 나우플리온을 위해 골모답을 벨 때였다.
욕망이란 뭐고 욕망을 어떻게 다루어야 옳은걸까?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윈터러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 보리스가 어린 시절의 악몽인 골모답을 단신으로
처치하는 장면은 계속해서 고전해왔던 골모답에게 혼자서도 이길 정도로 강해진 보리스의 성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정말 똑똑하면서도 깔끔한 장면이었다.
보리스는 시련이 빚어낸 차가운 한 자루의 검과 같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묘하게 따뜻하다.
여기서 오는 묘한 미스매치가 정말 참을 수 없이 좋다.
아마 보리스 주변인물들이 제법 밝은 편이고, 이야기의 전개가 활극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참 많이 울었다.
그냥.... 보리스가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ㅠㅠ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내 눈물버튼
별점 4.9 / 5.0
별점 기준
4.9~5.0 : 완벽에 가까움
4.6~4.8 : 올타임 레전드
4.1~4.5 : 인간계 최고수준, 명작
3.1~4.0 : 챙겨보면 좋을 소설, 수작
2.1~3.0 : 킬링타임으로는 그럭저럭 볼만한 소설
1.1~2.0 : 읽을수록 시간이 아까워지는 소설
0.1~1.0 : 종이가 아까운 소설, 무료 연재분만 보고도 충분히 거를만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