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한번째 리뷰] 검미성 - 망겜의 성기사 리뷰
검미성 작가님의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소설, 망겜의 성기사다.
이걸 리뷰 안했었다니!!
다시 읽어봐도 확실히 여러모로 가장 대중적이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미성 작가 특유의 음울한 세계관과 인물들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요소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이게 정말 극호에 해당해서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를 할 것이니 감안하길.
게임으로 변한 판타지 세상에서 게이머들이 실제로 어떻게 비칠까를 정말 합리적으로 그려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게임만 하던 사람은 폐인, 루저의 느낌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갑자기 대가 없이 얻은 힘을 막 휘두르게 된다면 어떨까?
보통 다른 소설들에서는 게임만 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말도 안되는 판단력과 신체능력을 보여주곤 하는데,
글쎄.... 그런 사람들은 게임도 잘하고 실제 피지컬도 좋아야하는,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본다.
오히려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찌질하고 숨막히는 군상극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전개일 것이다.
소설이니까라고 하고 넘어간다면 할 말은 없지만! (주인공의 피지컬도 소설이긴 하니까)
그래도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게임이 된 세상에 가까웠던 것 같다. 스타트부터 플러스 요소.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절제다.
정말 답답한 전개를 은근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데 이걸 담담하게 풀어나가는데 잘 읽힌다.
시원시원하고 빠른 카타르시스 오는 전개, 웅장하고 세밀한 세계관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앞에서 이야기한 찌질한 인물들의 군상극에 집중했다.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들 중에는 순수한 사람이 없다.
순수하게 악한 사람도 없고 순수하게 착한 사람도 없다.
현실적이고 찌질하지만 뭔가 어설프고, 이기적이지만 악독하지는 않다.
정말 쓰레기 살인마로 보였던 인물도 의외로 후회를 하고
정신병으로 작중 최대의 고구마이자 싸이코처럼 보이던 인물은 정신병이 치료되고 생각도 못한 행보를 보여준다.
한반도를 지키는 고결한 성기사였던 인물은 한반도를 독재하고 지위에 집착하는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주인공의 가장 든든한 동료는 사회적 지위나 명성에 매우 휘둘리는 소시민적인 인물이다.
이 계속 소시민적이고 찌질한 고민을 하던 동료가 마지막 순간에 가장 고결한 선택을 하고
가장 고결하던 주인공은 그걸 외면해버리는 비겁한 선택을 하는 것도 정말 볼만한 부분이다.
사람이 어떻게 한결같고 좋은 면만 있겠나.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소설 속의 평면적인 인물들에게 위화감이 느껴질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묘사 하나하나가 정말 기가 막힌다.
음 이 정도면 작가님도 무슨 커뮤니티 하나쯤은 하셨을듯?
소설의 세계관은 냉혹한 GM들의 손아귀에 쥐흔당하고 있기에 기본적으로 음울하다.
갑자기 세계가 게임이 되었고 그 게임의 만렙 성기사 황건욱이 던전을 돌며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은 237cm의 거구에 120kg가 넘어가는데 몸에 지방이라고는 없는 말도 안되는 피지컬의 소유자로
거인임에도 둔하지도 않아서 작중 최고의 전투센스와 재능을 보여준다.
성격조차 선해서 정말 흠잡을 곳 없는 고구마 그 자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투에서는 언터처블 수준이기 때문에 자신의 선한 뜻을 관철시키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착함에 따라 올라가는 스탯이 있어 그 보상을 나름 주니 너무 고구마만 먹이지도 않는다.
비겁하지 않은 이유를 자신의 우월한 피지컬 때문에 비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작중에서 설명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의 고결함과 고뇌는 작중에서 계속 강조되고 그 빛을 잃지 않는다.
완전히 게임이 돼버린 세상에 의문을 계속해서 품는 주인공과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주변인물들,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현실성은 주인공과 대비되어 더욱 이야기에 몰입감을 준다.
주인공은 지하 666층에 도달해 세상을 원래대로 돌리려는 소원을 빌려하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세상은 게임에 완전히 적응해버렸는데 이 소원을 비는 것이 옳은가?
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변인물과 꽁냥꽁냥(?)도 좀 대주고.
초반 검미성의 작품들과는 엔딩의 결이 살짝 다른데 이것도 좋다.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은 D&D?에서 따왔다는데 난 잘 모른다...
다만 오크가 기마민족이니까 몽골인 영혼을 집어넣어놨더니 오토바이로 기창돌격을 하고
승려 영혼을 리치한테 집어넣어놨더니 고행을 반복하며 현실을 깨닫는 등
설정이 상당히 골때리지만 이게 신선해서 매우 좋다.
특히 던전을 폐쇄했을 때 생기는 경제체제의 혼란을 이야기할 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가 궁금해졌다.
어디 저 다른 이세계 살다오신 게 아닐까 싶다.
음습한 작가의 자아와 대중성 사이에서 정말 갈피를 잘 잡은 검미성 작가 최고의 인기작일 것이다.
초반 검미성작가님의 작품은 사회에 결국 스러지고 풍화되는 영웅을 표현했다면
이 작품은 일관되게 인간찬가적이다.
세태와 자아가 타협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느낌이라면 타협이 아니고 성장 아닐까?
200편이 넘어가는, 검미성작가 작품 치고는 제법 긴 길이를 자랑하지만
마찬가지로 별로 안길기 때문에 정말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냈다.
각 잡고 읽으면 5~6시간이면 한번 쭉 훑어볼 수 있으니까 생각날 때마다 읽기가 너무 좋다...
별점 4.3 / 5.0
별점 기준
4.9~5.0 : 완벽에 가까움
4.6~4.8 : 올타임 레전드
4.1~4.5 : 인간계 최고수준, 명작
3.1~4.0 : 챙겨보면 좋을 소설, 수작
2.1~3.0 : 킬링타임으로는 그럭저럭 볼만한 소설
1.1~2.0 : 읽을수록 시간이 아까워지는 소설
0.1~1.0 : 종이가 아까운 소설, 무료 연재분만 보고도 충분히 거를만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