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일곱번째 리뷰] 백수귀족 - 데몬 소드 리뷰
백수귀족의 소설은 참 재미있다.
킬더드래곤, 바바리안퀘스트, 지옥과 인간의 대결 등 (제목은 뭔가 대충이지만)
아주 다른 배경과 설정의 판타지들을 아주 흥미롭게 써낸다.
백수귀족의 소설은 전반적으로 현실적이고 비정하며 노골적이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며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렇다보니 등장인물들이 매우 입체적이고 이들을 소모하는데도
거리낌이 없어 언제 죽어나갈지도 모른다.
장르는 말도 안되는 B급에서부터 아포칼립스물까지 다양한데,
언제나 느끼는건데 문장에 정말 군더더기가 없다.
나쁘게 말하면 미사여구가 없고 간결하다 할 수 있는데, 괜히 현학적인 것보다는 백만배는 낫다.
바바리안퀘스트를 극찬한 적이 있는데 이번 소설은 그러한 현실적인 전개에
멍청한 주인공과 B급 유머를 섞어 정말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 세계관에는 악마가 존재하는데 이 악마와 계약한 인간을 마법사라 하며
마법사가 힘을 남용하다가 변질된 존재를 마인이라고 한다.
마인이 된 이상 돌이킬 수는 거의 없고, 마인화가 극한으로 진행되면 마수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마법사는 기피되는 존재이며 마법사가 되기를 선택하는 자들도
거의 범죄자나 끝에 몰린 사람들 밖에 없다.
마법사가 압도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파워 설정이 되어있어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작중 최강자는 마법사가 아니기도 하고.
일반적인 짐승들이 악마의 힘에 노출되어 마수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이 마수들에게 매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는 게 지금의 인간사회라 하겠다.
(사실 멸망할랑 말랑한다)
초반에는 이 마법사들을 이용한 4군단의 분위기를 유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어둡게 그려낸다.
여기서 주인공 설정을 참 똑똑하게 했다고 생각하는 게, 이 소설 특유의 막 나가면서도
진중한 분위기는 이 멍청한 주인공 덕분에 생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력이 있으면서 너무 멍청해서 주인공의 시점에서 소설을 풀면
아무리 무거운 상황도 유쾌하게 풀릴 수밖에 없는데, 그걸 곱씹어보면 정말 생각할 게 많다.
실제로 주인공이 이해를 못해서 가볍게 넘어가는 면이 많지만
서로의 정의관의 충돌, 선택의 딜레마 등 생각할 거리도 정말 많이 있다.
특히 첫번째 에피소드는 요즘 유행하는 트롤리 딜레마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주인공 주변에는 대부분 정상인들만 있고
주인공이 작중 최고의 지성이자 무력인 베르망을 존경하면서 따르기 때문에
진행이 너무 답답하거나 납득 안가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전투씬도 매우매우 호쾌하다.
이거는 작가님이 꾸준하게 잘해오던거라 의심한 적은 없지만?
범죄자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4군단의 분위기는
' 아침은 지옥에서 먹고 저녁은 천국에서 먹는다.'
이 한문장으로 묘사될 수 있겠다.
이렇게 초반에는 빌드업을 천천히 쌓다가, 중반부부터는 베르망을 필두로
소설의 진행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초반보다 더 호쾌한 진행과 실감나는 전투씬, 그리고 인상적인 캐릭터빨을 앞세워서
전개를 해나가는데 정말 하루종일 눈을 떼기가 싫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일하다가도 생각나서 또 읽고...
전개가 좋은 의미로 예측하기 힘들게 널을 뛰어서 다음편을 계속 기대하면서 읽게 된다.
물론 결말로 진행하면서 갑자기 스케일이 코스믹호러급으로 너무 커져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복선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서 충분히 납득가능한 수준이고
결말도 현실적으로 주변인물들을 보여주고 만족스럽게 나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와는 또다른 느낌의 인간찬가랄까.
근데 주인공이 나루토마냥 알고보니 혈통수저이긴 한데...
그래도 B급 유머에 뽕 차오르는 결말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지옥과 인간의 대결처럼 정말 노골적인 B급은 아니지만 자신이 이쪽을 싫어한다 싶으면
취향에 좀 많이 안맞을 수 있다.
요즘 웹소설에서 백수귀족만큼 기승전결 깔끔하고 똑똑하고 복선회수까지
잘하는 작가는 몇없다고 생각한다.
뇌 비우고서도 감탄하면서 읽고 싶은 소설을 찾는다면 적극 추천한다.
평점 3.7 / 5.0
별점 기준
4.9~5.0 : 완벽에 가까움
4.6~4.8 : 올타임 레전드
4.1~4.5 : 인간계 최고수준, 명작
3.1~4.0 : 챙겨보면 좋을 소설, 수작
2.1~3.0 : 킬링타임으로는 그럭저럭 볼만한 소설
1.1~2.0 : 읽을수록 시간이 아까워지는 소설
0.1~1.0 : 종이가 아까운 소설, 무료 연재분만 보고도 충분히 거를만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