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아홉번째 리뷰] Q10 - 별을 품은 소드마스터 리뷰
가끔 문장이 참 이쁘다고 느껴지는 소설들이 있다.
낙향문사전이 그랬고, 전민희 작가님의 소설들이 그렇다.
이 소설도 문장이 참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파트들이 있었다.
나는 쇼아라의 블라드다.
작중에서 상당히 많이 나오는 문장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계속 자각하려 노력하는 모습이고 주인공이 스스로를 정의하는 모습이다.
이 부분은 작품의 주제의식이자 마지막 싸움을 판가름하는 요소이기도 해서
한가지 주제를 잡고, 이야기의 틀을 확실히 잡고 쭉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전개해나가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거기다 첫 문장부터 시작해서 참 글이 이쁘다.
'높디높은 밤하늘에 있지 않더라도,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 떨어져 있더라도
스스로가 빛나기를 원한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별이다.'
'파블로가 만든 성벽으로 푸른 달빛이 안겨 들어왔다.
명예를 빌린 소년은 오늘 달을 띄웠다.
쇼아라의 블라드, 오늘 새로운 세계가 꽃을 피웠다.'
'블라드... 나는 쇼아라의 블라드.'
문제는 이 문장력이 적당히 발휘된 곳에서는 뽕도 엄청 차오르고 글이 정말 이쁜데,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나 글 잘써' 과시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여러 비유와 은유를 사용해서 고급스러운 느낌은 드는데, 이게 좀 과하다.
룬의 아이들 윈터러에서 이솔렛과 보리스의 이별 장면과
이 소설의 제미나와 블라드의 이별 장면을 비교하며 읽어보면 표현과 문장이 얼마나 과한지 느껴질 것 같다.
그치만 이것도 웹소설 시장에서는 아주아주 훌륭한 문장들이라 뭐라할 수도 없구...
이런 소설들이 성공해야 그나마 웹소설의 단타식 문장들이 나아지지 않을까.
그리고 캐릭터들이 다 소모성이다.
주인공이 아주 중심에 있다보니 다른 캐릭터들은 일회성이거나
역할이 꾸준하더라도 그 비중이 너무 작다.
초반에 뭔가 있을 것처럼 나왔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공기화되는 캐릭터들이 정말 많다.
거기에 후반으로 가며 주인공의 무력과 전개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있었고,
약간 스포이긴 하지만 주인공도 결국 혈통빨이라 작중에서 계속 강조하던
별, 즉 의지가 많이 퇴색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도 안되는 재능 타고나서 노력 운운하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랄까.
주제의식이랑은 여러모로 안맞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분명 서정적인 문장과 확실한 주제의식은 요즘 웹소설에서
보기 힘든 확실한 장점이다.
시를 쓰셔도 잘 쓰실 거 같은데.
전민희 작가님이 시에 일가견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시 쓰는 사람이
글 이쁘게 쓰는 건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인가보다.
개인적으로는 속독도 좋아하지만 글 하나하나 음미하는 것도 좋아해서
괜찮게 읽었지만, 최근 트렌드에는 분명 뒤처질 수밖에 없는 글이고
무엇보다 과한 면이 많아 좀 아쉬웠다.
묘사에 소비하는 활자가 많다보니 세계관이나 다른 인물들의 분량이 많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전개속도와 묘사에 들이는 힘에 분배를 잘했어야했는데
둘다 신경을 쓰다보니 이도저도 안된 것 같다.
장점도 확실하지만 단점도 많은 소설이다.
그래도 일부 파트에서 차오르는 뽕과 아름다운 문장에 취해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자.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별점 2.9 / 5.0
별점 기준
4.9~5.0 : 완벽에 가까움
4.6~4.8 : 올타임 레전드
4.1~4.5 : 인간계 최고수준, 명작
3.1~4.0 : 챙겨보면 좋을 소설, 수작
2.1~3.0 : 킬링타임으로는 그럭저럭 볼만한 소설
1.1~2.0 : 읽을수록 시간이 아까워지는 소설
0.1~1.0 : 종이가 아까운 소설, 무료 연재분만 보고도 충분히 거를만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