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두번째 리뷰] 백수귀족 - 지옥과 인간의 대결 리뷰
B급으로 갈거면 아예 이렇게 정신줄을 놔야한다는 걸 잘 보여준 소설.
킬더드래곤과 바바리안퀘스트를 아주 재밌게 읽은 후 본 소설이기에
아무리 미쳤다는 평이 많았어도 에이, 그래도 백수귀족인데 그렇게까지 망가지겠어? 싶었다.
실제로 본 소감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봤는데도 그 이상이었다.
근데 이게 나쁜 쪽이 아니라 아주 유쾌하고 B급 감성으로 미친거라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우선 미쳐돌아가는 분위기에 휩쓸려 잘 알아채지 못할 수 있는데, 이 세계관 엄청 절망적이다.
주인공 주변에서 툭하면 악마가 튀어나오고 한번 나올 때마다 몇명은 기본이고
도시 단위로 쑥대밭이 될 때도 많다.
이 와중에 모태솔로 주인공은 모든 에너지가 그쪽에만 몰려있어
정말 말도 안되는 명?장면을 많이 만들어낸다.
뭐 얼굴만 인간인 고양이, 시체박이, 그리고 돌고래... 아...
진짜 말도 안되게 웃기긴 한데 대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사시는건지 궁금해지는 지점이었다.
이 소설에는 단점이 정말 많다.
고어한 장면 묘사가 매우 자주 나오고 전개가 어디로 튈지 범부의 머리로는 상상도 할 수 없으며
주인공의 지능과 도덕관이 현대인인지 의심이 되고 개연성이나 핍진성은 찾아볼 수도 없다.
내가 평소에 정말 안좋아하고 챙겨야한다고 강조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걸 의도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하면 예술이고 작품이 된다.
킹스맨을 B급 영화의 대표로 꼽듯이, 이 소설도 B급 웹소설의 대표로 꼽혀야한다.
일단 작가님의 좋은 필력이 정말 큰 장점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말도 안되는 미친놈이기에 한번쯤은 생각을 해본...? 아닌가? 어쨌든,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은 개나 줘버린듯한 주인공의 행동은 보는 내내 실소를 유발한다.
근데 이게 욕망에 정말 솔직한 놈이다보니 욕망을 포기할 때의 임팩트가 더 컸기도 하고.
그리고 주인공의 캐릭터가 개연성이나 다른 건 다 무시하고 여자만 보는 놈이다보니
현실과는 한참 다른 반응을 보여줄 때가 많은데 이게 오히려 계속 작품에 몰입을 하게 한다.
주인공이 다음번엔 어떤 미친 짓을 할까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또 한번 정신줄을 놓은 이상, 끝까지 단 한순간도 다시 잡지 않는다.
이로써 독자들은 한번 몰입한 이 미친 세계관 속에서 깨지 않고 결말까지 쭉 달릴 수 있다.
뭔가 묘하게 어설프고 묘하게 현실적이며 완전히 미쳐돌아가는,
정말 훌륭한 B급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결말에서 슬쩍 보여주는 인간찬가와 욕망에 대한 고찰은
단순한 웃고 넘어갈 이 소설에 생각해볼 거리마저 (아주 살짝) 던져준다.
이 소설, 취향은 극심하게 탄다.
고어한 묘사, 넘쳐나는 섹드립, 개연성의 부재, 멍청한 주인공을 싫어한다면
취향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치만 취향에 맞는다면, 그래서 끝까지 읽는다면 이 B급소설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이 소설 보고 꼴림...을 느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좀 멀리 해야할 것 같다.
오늘 별점은 교과서에 주는 별점이라 좀 후하다.
별점 3.9 / 5.0
별점 기준
4.9~5.0 : 완벽에 가까움
4.6~4.8 : 올타임 레전드
4.1~4.5 : 인간계 최고수준, 명작
3.1~4.0 : 챙겨보면 좋을 소설, 수작
2.1~3.0 : 킬링타임으로는 그럭저럭 볼만한 소설
1.1~2.0 : 읽을수록 시간이 아까워지는 소설
0.1~1.0 : 종이가 아까운 소설, 무료 연재분만 보고도 충분히 거를만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