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아홉번째 리뷰] 중고루 - 다크판타지 속 성기사 리뷰
이 소설의 제목은 여러모로 내용과 맞지 않다.
소설 중반부부터는 확실히 다크하지 않고 오히려 먼치킨물 냄새가 나며
더이상 성기사도 아니게 된다.
그러다보니 소설 초반부에나 조금 다크했고 중반부부터는 글의 톤이 좀 다운돼있을 뿐이다.
그래도 고결한 위선자라는 주제를 들고 와서 웹소설과 잘 버무린 작품이라 생각한다.
게임 빙의물이며 게임에 떨어진지 2년째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수습기사가 된지 2년만에 성기사가 되는데에 성공하고
여기서 주인공의 표현대로라면 메인스토리에 탑승하게 된다.
그 이후로 태양신을 몰아내고 마신이 득세한 세계관에서 어떻게든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이 그려진다.
타고난 육체도 강력하고 미래에 대한 지식은 플레이어 중에서도 발군이었기에
주인공은 아주 빠르게 강해져 영웅의 반열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런데 중반부 이후 히로인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너무 강해지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뀐다.
일단 전투에 긴장감도 거의 없어지고 히로인의 등장비중이 매우 높아져
소설의 전체 분위기가 많이 뜨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로맨스를 잡았냐하면 그것도 아닌게, 주인공 성격 자체가 매우 무뚝뚝해서
그리 달달한 분위기가 연출되거나 하지도 않는다.
결국 여러모로 인상적이고 흡입력 있던 초반부에 비해 많이 루즈해진다.
거기에 천군이나 성녀 같은 등장 당시에는 중요해보였던 주변인물들이 후반부 가면서
완전히 공기화되고, 결을 맺고 나서 쓸데없이 또다른 반란스토리를 전개하는 게 매우 별로였다.
개인적으로 결 이후의 이야기 대부분은 쓸모가 없었다 생각한다.
긴장감이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누가 봐도 실패할 반란이라서...
그래도 쓸쓸하면서도 깔끔한 결말은 제법 마음에 들었다.
누구보다 강력한 신이면서도 더이상 신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구현한 고결한 엔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위선자여, 충분히 고결했다'는 소설의 소개문은 아주 적절했던 것 같다.
실제로 소설 후반부에서 다시 나오는 이 대사는 전을 아주 인상적으로 마무리하는 좋은 대사였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초반부의 전개대로 암울한 세계관에서 투닥거리며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더 많은 공을 들였으면 좀 더 좋은 소설이 나왔을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가볍고 시원시원한 전개가 스크롤을 빠르게 내리기엔 좋았다.
왜 최우수상을 탔는지는 알겠지만 딱 그 정도인 소설.
별점 2.4 / 5.0
별점 기준
4.9 ~ 5.0 : 완벽에 가까움
4.6 ~ 4.8 : 올타임 레전드
4.1 ~ 4.5 : 인간계 최고수준, 명작
3.1 ~ 4.0 : 챙겨보면 좋을 소설, 수작
2.1 ~ 3.0 : 킬링타임으로는 그럭저럭 볼만한 소설
1.1 ~ 2.0 : 읽을수록 시간이 아까워지는 소설
0.1 ~ 1.0 : 종이가 아까운 소설, 무료 연재분만 보고도 충분히 거를만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