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리뷰] 이영도 - 눈물을 마시는 새 리뷰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
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한국의 판타지소설 시장에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던 바로 그 제사이다.
사실 이 책은 옛날에 읽었다.
최근에 다시 생각나서 읽었지만, 지금 읽어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한국에서 판타지 소설이
퇴보하고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이영도 작가님 소설은 언제나 필력은 미쳤지만 실험적인 시도가 많고 기승전결이 조금 뚜렷하지 않다는 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눈물을 마시는 새는 기승전결도 완벽하면서 대중성도 잡았고 그 와중에 생각할 거리도 충분하게 던져준
한국판타지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나가, 도깨비, 인간, 레콘이라는 4가지 종족과 그 신에 대한 이야기로
나가의 북부 침공과 북부군(인간, 도깨비, 레콘)의 대립이 주된 내용이다.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참신한 종족 설정과 세계관이 존재하고 이를 뒷받침하고도 남는 이영도 작가님의 필력은
언제 읽어도 감탄이 나오게 한다. 그야말로 정통 판타지스럽달까?
솔직히 나는 반지의 제왕보다도 훨씬 재밌게 여러번 읽었던 소설이다.
인간은 어디에도 없는 신, 도깨비는 자신을 죽이는 신, 레콘은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
나가는 발자국 없는 여신으로 신의 이름은 모두 그 상징에 대한 은유이다.
어디에도 없는 신은 바람, 자신을 죽이는 신은 불,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은 땅,
발자국 없는 여신은 물로 신들은 모두 선물을 내려 자신들의 선민종족을 돌본다고 전해진다.
종족별로 특징도 매우 뚜렷한데, 도깨비는 신과 같은 불을 다루는 힘과
인간보다 튼튼한 신체를 타고 태어나지만 태생적으로 착하고 피를 극도로 무서워하여 남을 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죽어도 어르신이라는 영의 형태로 남게 되어 죽음에 연연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나가는 파충류의 특징을 갖춘 사람으로 적외선 시야를 가졌고 알을 낳아 번식하며
심장적출술을 통해 거의 무한한 생명력을 갖는다.
레콘은 도깨비보다도 훨씬 큰 덩치에 강력한 무력을 타고난 조류의 특징을 갖춘 사람으로
개인적인 성향이 매우 강하지만 그 무력은 일인군단이라 불릴 정도다.
그렇지만 물을 굉장히 무서워하여 물을 맞기라도 할 경우 정신이 나갈 정도의 충격을 받는다.
여기서 사람은 네 선민종족을 포괄하여 부르는 말이며 여기에는 인간이 포함된다.
동양적인 풍습이 여럿 반영된 독창적인 세계관이 매우 흥미롭다.
특히 도깨비 같은 경우는 일본의 오니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도깨비를 모티브로 하여
딱정벌레를 타고 다니고 씨름을 좋아하며 한복을 입고 다니는 식이다.
생긴 것에 규칙이 완전히 없는 두억시니는 비슷한 게 가끔 등장하기라도 하지,
용이 식물로 완전히 키우는 사람이 바라는대로 자라난다는 것은 읽으면서 감탄을 했다.
어떻게 이런 상상력이 나오지?
이 설정들과 네 수탐자들의 어딘가 요상하면서도 유쾌한 여행을 그리는 초반부는 경쾌하고
나가와의 전쟁을 그리는 후반부는 굉장히 묵직해진다.
여기에 계속 은유하는 니체사상과 세계관에 대한 설명, 그리고 조금씩
톱니바퀴를 짜맞추듯 밝혀지는 이 특이한 세계의 비밀들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미 읽으신 분들이 많겠지만 혹시라도 안읽으신 분들을 위해 스포는 하지 않겠다.
스포로 날려버리기에 이 소설은 너무나도 특별한 경험이라서...
이영도 작가님이 생계가 어려워지셔서 농부일 그만두시고 제발 새로운 새 시리즈를 내주시면 좋겠다.
힘들겠지...?
별점 5.0 / 5.0
별점 기준
4.9~5.0 : 완벽에 가까움
4.6~4.8 : 올타임 레전드
4.1~4.5 : 인간계 최고수준, 명작
3.1~4.0 : 챙겨보면 좋을 소설, 수작
2.1~3.0 : 킬링타임으로는 그럭저럭 볼만한 소설
1.1~2.0 : 읽으면서 점점 지루해지고 시간이 아까워지는 소설
0.1~1.0 : 첫 문장에서부터 망작의 냄새가 나는 소설, 종이가 아까운 소설, 무료 연재분만 보고도 충분히 거를만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