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 재밌게 보고 있는 후로스트 작가님의 첫 작품 은둔형 마법사이다.
첫 작품인데도 상당히 완성도가 높고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첫 작품이다보니 설정을 조금은 부자연스럽고 과하게 푸는 느낌이 좀 있다.
그렇지만 하나의 세계를 정말 고민을 많이 해서 창조해낸 티가 나서 여러모로 마음에 들고,
후속작에서 훨씬 발전한 모습을 보이니 후속작 변방의 외노자도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소설은 윤민준이라는 어린 아이의 가슴에 채널이라는 씨앗이 심기며 시작된다.
이 채널은 다른 세계로의 입구라 할 수 있는데 한 세계를 수호하는 구도자라는 존재가
생명체에게 심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채널이 완전개방되면 숙주는 통로의 고기 장식이 된 채 억겁의 시간을 유지해야하는데,
다행히도 윤민준에게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파르바슈라는 이름의 영혼이 조언자로 있다.
파르바슈는 윤민준이 우연히 자신이 좋아하던 로봇 안에 빙의시킨 영혼인데,
우연히 이 영혼은 마지막 장이 없는 경전, 푸르바기오스의 사제라 매우 발달한 마법 체계와
매우 폭넓고 방대한 우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사실상 아카식 레코드에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는 존재라 생각하면 된다.
이 조언자는 윤민준에게 구도자의 감각을 속이기 위해 사람이 많은 곳에,
가장 강력한 인지교란 및 은닉 마법을 펼치고 그 안에 은둔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윤민준의 기본 행동원리, '주목을 끌지 않고 안전하게 은둔한다'를 형성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설정이 매우 방대하다는 걸 알 수가 있는데,
재미있는 건 설정에 모순을 조금씩 넣어놓다가 이 모순을 나중의 떡밥으로 활용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는 것이다.
설정과 스토리를 매우 치밀하게 설계해놔서 마지막까지 기승전결이 깔끔하다.
거기에 에피소드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 에피소드의 개연성이 물흐르듯해
읽다보면 어디서 끊을지 애매하게 끝까지 다 읽게 된다.
중간에 주인공이 감정을 잃게 되다보니 고구마도 거의 없고
그 감정에 대한 서술도 매우 좋다.
개인적으로 다음 작품에 비해 필력이 많이 부족하다 느낀 장면이 많은데 이런 감정에 대한 서술만큼은
굉장히 이쁘고 서정적인 표현이 많아 좋았다.
근데 설정 설명이 전반적으로는 크게 무리 없이 다가오는데,
중요하다 싶은 일부 장면에서는 좀 폭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그 설정이 결코 얼기설기 대충 쌓아올린 게 아닌, 기반부터 찬찬히 쌓아올린 것이라
조금만 곱씹어보면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독창적인 세계관과 그에 걸맞는 치밀한 설정으로 나 같은 취향 가진 사람한테는 취향저격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확실히 후반으로 갈수록 치밀한 설정 구성에 비해 부족한 필력이 발목을 잡는다.
후속작 변방의 외노자도 완결나고 외전을 연재 중인데, 빨리 외전 끝내고 후속작 내주셨으면 좋겠다ㅜ
별점 3.4 / 5.0
별점 기준
4.9 ~ 5.0 : 완벽에 가까움
4.6 ~ 4.8 : 올타임 레전드
4.1 ~ 4.5 : 인간계 최고수준, 명작
3.1 ~ 4.0 : 챙겨보면 좋을 소설, 수작
2.1 ~ 3.0 : 킬링타임으로는 그럭저럭 볼만한 소설
1.1 ~ 2.0 : 읽을수록 시간이 아까워지는 소설
0.1 ~ 1.0 : 종이가 아까운 소설, 무료 연재분만 보고도 충분히 거를만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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